Interview

모두의 운동을 향한
힘찬 도약

이용호 체육교육과 교수

운동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일상의 핵심 요소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운동 공간은 태부족한 것이 현실. 이용호 교수는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 한편에 지체장애인을 위한 피트니스 시설 ‘인클루짐’을 개관, 모두의 운동으로 향하는 지름길 만들기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인클루짐에 담은 통합의 가치

비장애인들이 ‘오운완(오늘의 운동 완료)’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등의 운동 신조어 앞에 해시태그를 붙이며 열심히 몸을 움직일 때, 장애인들은 어떻게 운동하고 있을까. 그 답을 쉽게 떠올리기 힘들 듯,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장애인을 운동의 세계로 이끌어낼 시설과 프로그램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용호 교수가 이끄는 특수체육연구실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 중인 발달장애인 대상 운동 프로그램 ‘SNU FUN & KICK’은 대기 기간이 3년에 달한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지만, 한편으로는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운동 시설과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화합과 공존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오늘날이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운동 불평등’은 뼈아프게 느껴진다. 오랫동안 특수체육에 몸담아온 이용호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실감해왔을 터. ‘인클루짐’은 운동 불평등 해소와 장애인·비장애인의 건설적인 공존을 위해 이 교수와 특수체육연구실이 작년 초 개관한 국내 유일의 대학 내 지체장애인 피트니스 시설이다.
“3년여 전 지체장애인 피트니스 시설을 만들어보자는 학과 내 담론이 형성되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현대무용실이 있던 자리에 인클루짐을 만들게 되었는데, 여러 기관에서 그 뜻에 공감하고 협력해주신 덕분에 전국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멋진 피트니스 시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샤워 시설이 겸비된 장애인 화장실, 버튼식 자동문 등의 부대시설도 함께 마련했어요.”
통합, 포용을 의미하는 ‘인클루전(Inclusion)’과 체육관을 뜻하는 ‘짐나지움(Gymnasium)’을 접붙인 인클루짐은 휠체어 트레드밀, 연동상하지운동기구, 체스트 웨이트, 오버 헤드 프레스, 등받침이 한결 넓은 벤치 프레스 등 지체장애인의 신체 상황에 발맞춘 9개의 전용 피트니스 기구를 갖췄다. 인클루짐 이용자들은 운영 시간 내에 언제든 자유롭게 운동하거나 특수체육연구실 구성원들이 제공하는 일대일 맞춤형 프로그램 및 그룹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층 전문적이고도 효과적인 운동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용호 교수의 설명이다.

일찍이 경험한 선진 장애인 체육

1988년 서울올림픽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연이어 열린 최초의 대회로, 우리나라에 장애인 체육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2년 뒤 대학에 진학한 이용호 교수는 체육계에 몸담고 있던 아버지로부터 이제 막 출발한 특수체육을 전공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그리고 고심 끝에 그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2005년 11월에야 설립됐으니, 제가 대학에 막 들어갔을 당시만 해도 특수체육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장애인 체육이 정착돼 있었고 우리나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었기에 한 발 앞서 특수체육에 발을 딛는 것도 좋겠다 싶었죠. 그러다 1997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특수체육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나라에는 이미 장애인 체육 관련 시설이 완비돼 있었습니다.”
이용호 교수는 노스리지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브라운센터(Brown Center)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규모 면에서 크지 않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1개 동 전체를 장애인 재활 및 체육 시설로 활용한다. 특히 장애 정도에 따라 바닥 높이와 물 온도 조절이 가능한 수중 치료 시설이 구비돼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럽도 장애인 체육 시설과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기로 유명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열린 런던패럴림픽은 유례없는 매진 행진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성공한 패럴림픽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언젠가 오스트리아의 한 리조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컬링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장애인 체육 경기 보치아(Boccia)를 즐길 수 있는 경기장이 갖춰져 있더군요. 더욱 흥미로운 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져 보치아를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구기 스포츠 골볼(Goalball) 등 다양한 종목이 유럽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펼쳐지고 있었어요. 특수체육 전공자로서 부러운 동시에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빨리 실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체육으로 일깨우는 조화로운 공존

2012년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부임한 이용호 교수는 1997년부터 이어져온 특수체육연구실의 대표적 운동 프로그램 SNU FUN & KICK을 꾸준히 발전시켜온 데 이어,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장애 아동 신체활동 프로그램 ‘SNU Comm Fun’, 교내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수영 프로그램 ‘SNU Good’ 등을 선도적으로 운영하며 장애인 체육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비장애인 체육과의 융화도 꾸준히 추진해왔다. 앞서 소개한 인클루짐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어릴 때부터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단순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한 공간에 모으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고, 그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역할을 찾도록 유도해야 비로소 자연스러운 공존이 가능해집니다. 체육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무리 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따라서 저와 특수체육연구실은 인클루짐을 출발점 삼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체육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데 꾸준히 힘을 보탤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체육은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정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스포츠를 매개로 어울릴 수 있는 사회통합형 체육 시설 ‘반다비체육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 중·장기 리모델링 계획에는 인클루짐 2배 규모의 장애인 전용 체력단련실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장애인 체육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공존의 열쇠가 될 수 있도록, 이용호 교수는 앞으로도 관련 연구와 실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체육으로 공존을 이끌어내려는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어릴 때부터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단순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한 공간에
모으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고,
그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역할을 찾도록
유도해야 비로소 자연스러운 공존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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