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versation
전창후 다양성위원회 위원장 ·
김태균 글로벌사회공헌단 단장
오늘날 대학은 학문을 배우는 공간을 넘어 다양성을 이해하고, 배움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다양성 증진과 사회공헌을 책임지고 있는 두 기구의 수장을 만나 ‘타인과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現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
前 서울대학교 학생처장
前 치바대학교 식물생산과학과 부교수
도쿄대학교 대학원 환경조절공학 박사
現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
前 한국국제협력단(KOICA) 비상임이사
옥스퍼드대학교 사회정책학 박사
존스홉킨스대학교(SAIS) 국제관계학 박사
김태균 단장 글로벌사회공헌단은 전문성에 기반을 둔 대학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우리나라와 글로벌 사회의 협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기관입니다. ‘지식기반 사회공헌’이라는 비전 아래 사회적 책임성, 혁신적 전문성, 지속적 협력성, 따듯한 포용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수사회공헌단, 학생사회공헌단, 총동창회 내의 사회공헌위원회 등이 함께 협력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활동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전창후 위원장 다양성위원회는 총장 직속 자문기구로서 2016년 3월 국내 대학 최초로 출범했습니다. 우리 대학이 창조적이고 건강한 학문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확대되고 대학 운영과 정책에도 이러한 관점이 반영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다양성위원회는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연구와 실태조사, 각종 행사 개최, 교내 정책 제안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성보고서>는 2017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으며, 서울대 구성원의 다양성에 주목함으로써 대학 정책에 다양성 관점이 접목될 수 있도록 하는 기초자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창후 위원장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학문을 배우면서 성장하는 곳이고, 그동안 그 역할에 충실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세계는 변하고 있고 우리도 그 변화에 발맞추어나가야 합니다. 대학과 그 구성원들이 넓은 시야를 갖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편견이나 ‘동종선호’ 등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해외 대학이나 기업에서 ‘무의식적 편향’에 대해 경계할 수 있는 훈련이 확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끊임없는 제도적 성찰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구성원으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균 단장 학교에서 지식을 연마하고 생산하지만 사회적으로 환원되지 않으면 그 존재 이유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글로벌사회공헌단과 같은 플랫폼은 상아탑에 머무는 지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 지식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고 봅니다. 대학교가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수단이 아닌 사회의 ‘다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공간으로서 사회공헌단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는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기업에서 추구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에도 모두 접목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공헌단의 역할은 학생들이 설계할 스스로의 미래와도 잇닿아 있지요.
전창후 위원장 한마디로 ‘차이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비교적 동질적인 사회에서 살아왔고, 자기와 다른 타인에 대한 ‘상호이해와 소통’에 대한 훈련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어린 학생일수록 다문화 감수성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이는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양성은 눈에 보이는 성별, 인종, 연령 등과 같은 ‘표면적 다양성’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관, 종교, 문화 정체성 등 ‘심층적 다양성’도 있기 때문에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제도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우리 사회 문화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김태균 단장 우리 사회에 인구 절벽이라는 단어는 이미 보편화되었고 지역 소멸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주 노동자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해외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고 다양한 소외계층 역시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공헌단은 국내의 소외계층, 해외 개도국의 빈곤계층을 타깃으로 활동해왔는데 최근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난민 문제 그리고 한국 이주 노동자들의 공정한 대우, 즉 다문화의 확장된 표현인 ‘상호문화’라는 키워드를 갖고 활동하는 것입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글로벌리더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수용하고 이해하며 교육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가 변화하는 과정, 일종의 세계시민으로 거듭나려는 노력들이 체계적으로 대학정책에 반영돼야 하고 저희는 행동조직으로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창후 위원장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같은 곳에는 혐오 표현이 넘쳐납니다. 이로 인해 불특정 다수가 느끼는 분노와 피해가 크고, 특정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세계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고 방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다수의 침묵’이 계속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캠페인이 이루어지고, 또 그것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여러 전달매체를 통해 계속 심어주면 좋겠습니다.
김태균 단장 우리 사회는 정치적 성향과 경제적 소득 수준이 너무 양극화 되어 있습니다. 국제 정세도 극단화 현상이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양극화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지요. 우리가 중간을 선택할 수 없도록 강요하는 이런 분위기를 바꿔나갈 방법은 결국 서로 ‘다르다’는 걸 이해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정치적으로 한쪽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다른 상대편은 왜 이런 생각을 할까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공존의 감각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이죠. 문제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후속 인재들이 서로의 '다름'을 학습하지 못하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더욱 반목과 갈등이 만연하게 될 것입니다. 그걸 어느 정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자생존 경쟁 구도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학생들의 껍질을 벗겨내는 작업이 필요해요. 전창후 위원장님께서 계속 강조하셨지만 공존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 배려, 더불어 나눌 수 있는 행복과 희망들은 학습과 경험 없이는 사실상 가질 수 없는 가치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저희가 다층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