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donator

작은 움직임이 모여
공동체를 이롭게 하다

의류학과 이채은 학생 · 경제학부 장재혁 학생

나눔은 공감에서 출발한다. LnL 1기 학생자율세미나 단체 ‘어푸푸’는 학생의 눈높이에서 필요한 것을 찾고 해법을 도모하는 것을 넘어 기부를 통해 ‘함께’의 가치를 실현했다.

(왼쪽부터) 의류학과 이채은 학생 · 경제학부 장재혁 학생

서울대는 2023년부터 생활과 교육을 통합한 거주형 대학 ‘LnL(Living and Learning)’을 운영 중이다. LnL은 신입생을 중심으로 재학생과 대학원생 조교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공동체적 가치를 탐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활약한 LnL 1기 학생자율세미나 단체 ‘어푸푸(Ugly Fresh Food)’는 창업을 통해 창출한 수익금을 기부하며 주목받았다.

창업에서 나눔까지, 상생 행보를 잇다

어푸푸는 LnL 1기 강좌인 학생자율세미나에서 비롯된 단체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을 유통하는 서비스를 구축하며 푸드 리퍼블릭 소셜벤처 창업에 나섰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영양, 신선도 측면에서는 이상이 없지만, 울퉁불퉁한 외모와 약간의 흠으로 인해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농산물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곤 하죠. 못난이 농산물 판매 서비스를 통해 생산자와 유통사는 재고 및 폐기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신선한 과일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고자 했어요. 기숙사생을 대상으로 못난이 과일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어푸푸는 학생과 멘토 총 20명이 활동했다. 공급처 발굴부터 홍보, 유통, 판매에 이르는 창업 및 서비스 운영 전 과정의 실무를 진행하며 경제학부 장재혁 학생과 의류학과 이채은 학생이 각각 비즈니스 팀장과 프로덕트 팀장 역할을 도맡았다. 이채은 학생은 어푸푸가 ‘기숙사생들의 과일 섭취 부족 문제의 해결’이라는 미션에 중점을 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기숙사생들은 인근 식재료 마트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또한 편의점의 경우 가격 부담이 높아 일상에서 과일을 섭취하기가 쉽지 않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성’에 주목했습니다. 저렴한 과일을 조달함으로써 기숙사생들의 과일 섭취량을 늘리고자 했습니다.”
연일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어푸푸는 사과 한 개에 1,500원, 샤인머스캣 한 송이 4,500원 등 저렴한 소비자가격에 신선한 과일을 제공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점차 LnL을 넘어 다른 기숙사동의 학생들은 물론 재학생, 조교까지 어푸푸 상품을 주문했다. 어푸푸는 한 학기 단기 프로젝트 실행을 목적으로 출범한 단체였지만, 농가와 소비자, 환경이 함께 상생하는 가치소비를 실현한 것을 넘어 수익금 80만 원까지 기부하며 나눔 행보를 이었다.

기부란 더 나은 ‘우리’를 만드는 힘

어푸푸가 기부처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푸푸 구성원들도 평소 자주 이용하는 ‘천원의 식샤’에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 천원의 식샤는 서울대가 운영하는 사업으로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1,000원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양질의 식사를 제공한다.
“어푸푸를 운영하는 동안에도 수익금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푸푸의 소비자가 교내 기숙사생들이었던 만큼 재학생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천원의 식샤’ 모금의 필요성과 내용을 쉽게 알 수 있었고 기부금이 투명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신뢰도 있었고요.”
어푸푸는 기부가 단순히 경제적 보탬을 넘어 학생들을 통해 얻은 수익을 긍정적인 선순환으로 바꾸는 작은 움직임이 되길 희망한다.

작은 관심이 큰 울림으로

최근 대학생들은 학교 내외적으로 발생하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 이에 장재혁 학생은 공동체 차원의 시각과 접근법을 통해 우리 주변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누구나 작은 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나눔 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기부는 결코 어렵거나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기부 버튼 하나만 클릭했을 뿐인데, 이 작은 행동에서 오는 만족감이 매우 큰 행복으로 찾아왔습니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인생 목표 중 하나인 교육 재단을 설립하고 싶습니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사람’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인도하고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기부와 창업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인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관심을 쏟으며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인 까닭이다. 공동체적 가치에 기반한 창업과 나눔을 실천한 어푸푸의 행보가 유의미한 울림으로 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