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2
폭력적인 게임은 이용자를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가?
『폭력적 비디오 게임과 공격성』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 더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사람이 되는 걸까? 사람들이 비디오 게임을 오락실 또는 가정용 게임기로 일상적으로 접하게 된 1970~8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제기된 질문이다. 『폭력적 비디오 게임과 공격성: 자극인가, 카타르시스인가, 혹은 둘 다인가?』에서 소개하는 연구는 양질의 실증 데이터와 최신의 통계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이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다.
글. 이은주·김현석 교수, 최순욱 박사수료생(언론정보학과)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 이전보다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수십 년간 같은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관련 연구 결과들이 일관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특히 비디오 게임 이용이 폭력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그렇다’를 지지하는 쪽과 ‘아니다’를 주장하는 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한 메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선행 연구들이 ‘폭력적 게임 이용의 효과’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론적 관점이나 연구 설계(횡단 설문조사 vs. 종단 설문조사 vs. 실험), 측정 변수(공격적 감정 vs. 행동) 등의 세부 사항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과 관련이 깊다.
본 연구자들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관련 연구를 발전시키고자 했다. 첫째, 게임 이용과 공격성의 관계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되는 고전적 가설을 단일 연구 내에서 직접 비교했다. 구체적으로 게임 내에서 폭력적 행동을 수행하거나 관찰하면 관련 인지 요소들이 활성화되어 현실 세계에서 공격성이 증가하는지(‘자극’ 가설), 반대로 게임 내에서 공격적 생각 또는 행위를 해소함에 따라 오히려 공격성이 감소하는지(‘카타르시스’ 가설)를 검증했다.
둘째,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청소년 게임 이용자 662명으로부터 4년에 걸쳐 매 6개월 단위로 수집한 패널 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는 인위적인 환경에 참가자를 노출시키는 실험연구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역인과관계, 누락변수로 인한 편향 등 횡단 설문조사 연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과관계 추론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셋째, 게임별 폭력성의 정도를 게임 이용자가 지각하는 폭력성의 정도가 아닌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을 기준으로 분류함으로써 게임 이용자의 주관적 판단이 분석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게임 이용이 시차를 두고 공격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한 분석모형(동적 고정 효과 모형)과 게임 이용이 공격성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의 분석모형(횡단 고정 효과 모형)을 각각 적용함으로써 분석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이를 통해 본 연구자들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이 공격성(물리적 공격성, 언어적 공격성, 분노, 적대감)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평가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패널 데이터 분석 방법에 따라 상반된 결론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동적 모형’에서는 ‘카타르시스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가, ‘횡단 모형’에서는 ‘자극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구체적으로 동적 고정 효과 모형에 따르면, 폭력적 게임 이용은 6개월 후에 청소년의 물리적·언어적 공격성을 감소시켰다. 하지만 횡단 고정 효과 모형에서는 폭력적 게임 이용이 같은 시기에 측정한 물리적·언어적 공격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와 적대감에 대해서는 게임의 폭력성이 아닌, 게임 이용량이 유의한 영향을 미쳤는데, 동적 모형에서는 게임을 많이 이용할수록 분노와 적대감이 감소했으나, 횡단 모형에 따르면 반대로 이들 감정이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컴퓨터 게임 이용과 폭력성의 관계에 대한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동일한 데이터를 사용해도 효과 발생 시기에 대한 가정이 달라짐에 따라 상반되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 이용의 효과가 과연 언제, 어떻게, 왜 발생하며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해 지금보다 더 심층적이고 엄밀한 이론적 작업이 필요함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