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1
배양육이 여는 미래
세포농업의 시대
미래의 단백질, 배양육의 현황과 전망저 멀리 소, 돼지, 닭, 오리와 같은 가축이 한가로이 거니는 목장이 보인다. 세포은행에서 가끔 체세포를 떼어갈 뿐 가축들은 평안하게 지내다가 도축된다. 목장 옆에는 세포배양에 필요한 배양액과 지지체를 만드는 공장이 있고, 그 옆에는 배양액에 포함될 여러 가지 원료 식물들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이 있다. 마을 상점에서는 전통 식육과 배양육으로 만든 제품이 나란히 있어 소비자들은 각자 선호하는 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미래 인류가 살아갈 배양육 상용화의 모습이다.
글. 조철훈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우리가 원시시대부터 섭취해 왔던 귀한 식재료인 식육과 이를 생산하는 축산업의 사회공헌적 역할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다만, 배양육 연구는 식육 요구량의 급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식량 안보, 환경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상호보완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에너지와 영양소가 필요하다. 식육은 다른 식품 소재에 비해 필수아미노산, 필수지방산과 철분, 아연 등의 무기질을 골고루 함유하고, 비타민의 함량도 높아 영양학적으로 거의 완벽한 식품이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육식이 아니면 진화단계에서 인류는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임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이렇듯 식육은 인류가 가장 오랜 기간 섭취해온 가장 자연스럽고 귀한 식재료다.
그래서 식육의 소비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증가한다. 한 보고 자료에 의하면 2011년에 생산된 전 세계의 식육 생산량과 비교할 때 2050년에는 거의 2배를 생산해야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현재의 생산 방식으로 그만큼의 증산이 가능할까? 왜냐하면 현재의 식육 생산량을 유지하는데도 온실가스와 같은 환경문제, 에너지, 자원 활용 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의 여러 문제가 제기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아진 소비자의 윤리 의식, 동물복지에 대한 요구 등은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하게 되었다.
축산업계와 정부는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완벽한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통 축산이 가지는 불가피한 한계를 극복하면서 높아지는 식육 요구량을 충족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면서 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시장에 출현한 것이 대체단백질 식품들이다. 발표 논문들에 따르면 식물이나 미생물 기반 대체식품, 식용곤충 단백질, 배양육 등의 대체식품은 온실가스 배출이나 물, 토지의 사용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양육은 동물에서 채취한 근육줄기세포를 증식하여 생산하는 대체식품이다. 배양육은 다른 대체식품류에 비해 기술 개발이 초기 단계에 있고 앞으로 안전성 검증이나 단가 절감 등 길이 멀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육류와 유사도가 매우 높다는 장점으로 크게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생산 과정을 간단히 말하면 가축의 근육으로부터 근육줄기세포를 추출하고 배양액을 영양분으로 하여 줄기세포의 수를 증식시킨 후 일정한 조건에서 근육으로 분화시킨 다음, 일정 기간 성장시키고 회수하여 이를 원료로 가공하여 식육과 유사한 제품으로 제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식용으로 안전하고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
고대 연금술사(alchemist)들은 흔한 금속을 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 노력의 과정이 현대 화학(chemistry)의 어원이 되었고, 실제로 중이온가속기로 납이온을 금으로 바꾸는 결과도 얻었다. 서울대학교를 주관기관으로 세종대학교, ㈜스페이스에프, 대상㈜, 롯데정밀화학㈜이 함께 하는 공동연구팀은 2020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아티피셜 에코푸드 분야 본 사업에 선정되어 앞으로 5년간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연구팀은 배양육의 표준모델을 만들고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경제적이고 안전한 배양육 생산기술을 개발, 산업화하여 우리나라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미래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세포농업이란 줄기세포, 조직공학 등 첨단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하여 체외에서 세포배양으로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을 말한다. 현재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세포농업 기술은 가축 또는 어류의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여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이며, 이외에도 가죽, 모피, 우유 등 동물성 제품뿐만 아니라 식물 재배 분야에서도 이미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만일 연구개발을 통해 배양육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전통 농업의 패러다임이 세포농업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우리가 원시시대부터 섭취해 왔던 귀한 식재료인 식육과 이를 생산하는 축산업의 사회공헌적 역할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다만, 배양육 연구는 식육 요구량의 급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식량안보, 환경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상호보완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한 세포농업으로의 전환기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을 세계 정상으로 올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