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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1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의

초석을 세우다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 규명을 통한 인체 면역시스템 조절 



 

우리 몸에 존재하는 공생미생물들이 면역 체계 조절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인체가 섭취하는 영양소에 의해 공생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체가 영향을 받고, 그 대사체로 인해 또다시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영향을 받는 상호작용을 확인시켜 주었다.

글. 박승범 화학부 교수


다학제간 연구를 통해 밝혀진 공생미생물과의 상호작용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e tu es).’ 1825년 프랑스 미식가 브리아 사바랭이 『미식예찬』에서 쓴 유명한 문장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비만을 비롯해 많은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사회적 통념들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온 계기가 됐다.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 규명을 통한 인체 면역시스템’ 연구는 인체의 면역에 영향을 주는 공생미생물과 인체 간 상호작용을 다학제간 연구를 통해서 규명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우리 몸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장내 공생미생물들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생미생물들이 인체의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TV 홈쇼핑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과 같은 많은 장내 공생미생물에 관련된 건강보조식품을 자주 접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책상 위에도 ○○바이오틱스 상품 한두 개는 있을 만큼 이는 익숙하고 안전한 건강보조식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인체의 면역시스템에 장내 공생미생물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공생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체가 인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시스템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에 의해 장내 공생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체의 구조가 결정되고, 이로 인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조절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했다. 다시 말해 ‘인간-공생미생물-영양소’ 간의 상호작용을 분자적 수준에서 규명할 수 있었다.


효과적인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마중물이 되길

본 연구자들이 수행한 ‘마이크로바이옴 대사체 규명을 통한 인체 면역시스템 조절’ 연구가 ‘2022년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 100선 중 최우수 연구 성과로 선정됐다. 이번 연구에서 서울대 연구팀을 비롯한 미국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 연구팀과 호주 모내시 대학(Monash University) 연구팀은 공생미생물에 대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화학, 면역학, 미생물학, 구조생물학을 포괄하는 다학제적 접근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 ㅁ하고 새로운 사실을 증명했다.

본 연구를 통해 숙주가 섭취하는 영양소가 공생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체의 구조에 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서 인체의 면역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피드백 과정을 규명했다. 또한 연구를 통해 찾아낸 공생미생물 유래 대사체 유효 물질 SB2217을 바탕으로 면역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연 살해 T 세포의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장염의 증상을 완화하는 안전한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체가 섭취하는 영양소에 의해 공생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체가 영향을 받고, 그 대사체로 인해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영향을 받는 상호작용을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상관관계와 연구 방식은 앞으로의 연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앞으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장내 공생미생물이 인체의 복잡한 면역시스템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조절하는 연구가 이어질 것이다. 이는 새로운 개념의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초석이 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백신 개발에도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