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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함께 건강할 수 있는

사회

유명순 보건대학원 교수 



 

일상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며 생활 속에서 마스크를 쓰는 여부를 우리 스스로 판단하게 됐다. 일상과 방역의 균형을 맞추는 위드 코로나 시대,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와 함께 살아갈 방법은 무엇인가? 유명순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1월부터 국민들의 인식을 지속적으로 조사해왔다. 긴 시간 감염병에 관한 국민의 마음을 살피고 공중보건학을 연구해 온 그에게 우리가 가져야할 인식의 전환이 무엇인지 물었다. 




1.

한국은 모든 국가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대처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9월, 미국의 여론조사업체에서 한국을 비롯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1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요. 기후변화, 감염병 확산, 테러 등 글로벌 이슈 9개 항목에 대해 각국 국민이 얼마나 위협으로 느끼는가를 평가했는데 그 결과 한국인 89%가 감염병 확산을 국가의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꼽았습니다. 당시에 한국은 인구 백만 명당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었어요. 이 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감염의 유행을 개인과 사회의 위험으로 인식하는 수준이 대단히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높은 감염 위험 인식이 언론이나 긴급재난문자 등으로 알려지는 감염 정보를 주목하게 만들고, 나아가 마스크 쓰기 같은 권고 행동을 수용하고 실천을 지속하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방역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보건당국은 불과 2015년 메르스를 통해 감염 정보 공개의 투명성이나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경험했어요. 그 결과, 팬데믹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국민이 보건당국을 신뢰하고 방역 참여를 높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2.

코로나19에 관한 국민의 인식 변화 중 초기와 비교해 가장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초기에는 감염의 가능성 자체보다 감염될 경우 자신과 주변에 미칠 결과의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확진으로 인해 주변에서 받을 피해나 비난 같은 것을 두려워하는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났지요. 이런 경향은 단계적 일상 회복이 언급됐던 2021년까지 유지되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유행 이후 현저히 떨어졌어요. 감염된 사람과 관련한 정보 공개 수준이 달라지고, 치료제 등 대응책이 많아지면서 팬데믹 초기와는 감염에 대한 인식이 변화를 보이게 된 것이죠. 최근 유럽 등 해외에서 팬데믹 초기부터 지적한 ‘방역 피로감(Pandemic Fatigue)’을 조사했어요. 이는 팬데믹 일상이 길어지면서 초기만큼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동기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전체의 절반 정도가 긴 시간 비슷비슷한 코로나19 정보에 노출되는 것에 피로를 느낀다고 응답했는데, 전처럼 방역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응답은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그토록 긴 시간 방역 실천을 해 왔으면서도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불굴의 의지와 동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이 같은 국민들의 훌륭한 협조만큼 보상과 지원이 합당하게 주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워요. 예를 들어 아이들의 재택 학습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주부들의 돌봄 가중, 생계를 포기하며 가게 문을 닫았던 소상공인들, 취업이 가로막혀 체감 실업 상태에 있던 청년들의 손해를 더 빠르고 제대로 지원했는가를 엄중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3.

감염병의 예방과 대책만큼 개인의 심리, 사회 불안을해결하는 보건 정책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질병만큼 그에 따른 심리에도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팬데믹 동안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어요. 바이러스감염의 유행으로 이전의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나 감정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가 단절되면 심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혼자 사는 사람들, 특히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위축감, 목표했던 것들이 번번이 지연되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청년들의 무력감은 바이러스가 발생시킨 건강 문제만큼 여러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지금도 이 같은 심적 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요. 


 

4.

코로나19로 보건 정책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 공중보건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팬데믹을 경험하며 우리는 시민사회 협조와 동참이 얼마나 중요한지,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행돼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중심에는 신뢰와 소통이 있어요. 정부와 방역 당국이 특정 시기, 특정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결정한다면 국민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정부나 전문가라 해도 소수의 집단이 바이러스에 대한 관리자로서 정보와 지식을 독점적으로 평가하고, 국민이 그 요구를 일방적으로 따르게 하는 방식으로는 감염병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어요. 또한 보건 의료체계도 둘러봐야 합니다. 개인의 노력만큼 보건소나 역학조사관, 수많은 의료 대응은 인력과 조직, 건강보험 재원 같은 국가의 공적 재원이 있었기에 팬데믹에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요성이 증명된 만큼 감염병 예방과 대응을 위한 사회적 지원과 인력을 확보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내 대학 최초로 신속 분자 진단검사를 도입한 서울대  
 


5.

임상학과 구분되는 보건학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또한 보건학을 연구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임상학이 환자 개인의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해 환자를 회복시킨다면, 보건학은 집단, 즉 공중의 건강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지역사회와 함께 노력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제도와 정책을 개발해 구성원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보건학의 목적입니다. 학부 시절부터 저는 사회 정책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원에서 처음 보건학 수업을 들었는데 질병 예방(Prevention), 건강 증진(Promotion)과 보호(Protection)라는, 3P로 요약되는 보건학의 핵심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사회 안에서 사람의 건강 수준은 모두 달라요. 그리고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건강을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보건학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 수준을 만드는 학문이에요. 단순히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 그것이 모여 사회적 안녕을 실현하는 것이 보건학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6.

지금이 있기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육아를 함께 했어요. 박사 과정 초기에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공부했는데 그게 무척 힘들더라고요. 점차 무력감, 우울함이 몰려오면서 이전만큼 학업과 생활이 어려워졌습니다. 다니던 학교에서 서울대처럼 정신 건강과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어 전문가를 찾아갔어요. 진단 결과, 가족과 떨어지고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크게 달라진 환경에 있는데도, 모든 걸 해내야 한다고 저를 다그치면서 생긴 문제였던 것을 알았어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죠. 이후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제 문제를 주변에 알리고 가족의 도움을 받으면서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때의 경험은 지금 제가 연구하는 주제들과 닿아 있어요. 이전에 건강했다고 해도, 우리는 끊임없이 사회적 관계와 지지 자원을 살피면서 건강 위험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해요. 또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전보다 약해진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몸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

일상 회복을 앞둔 때, 교수님의 바람과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기후변화 등 전 세계가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합니다. 저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서울대 구성원들의 각 분야가 융합한다면 이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구성원들의 연구를 신속히 모으고 확산시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청년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이 정말 커요. 사회적으로 한창 활발한 나이에 코로나19로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고, 마음껏 공부하지 못하고, 하고 싶었던 것을미뤘어야 했는데 나보다 약한 타인을 위해 견뎌주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