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기후위기는 곧
우리 삶의 위기입니다

타일러 라쉬(정치외교학부 석사 16년 졸업)

‘스마트한 방송인’에서 ‘실천적 환경운동가’로 삶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는 타일러 라쉬.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지구와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실천 방향을 단호하고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언어 천재’, ‘뇌섹남’과 같은 애칭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 타일러 라쉬(Tyler Rasch)가 2020년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을 펴냈을 때만 해도 그와 환경 이슈가 어떤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FSC 인증(Forest Stewardship Council, 책임 관리되는 산림자원이 완제품에 사용된 것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로 책을 만들었을 만큼 열성적인 환경 실천가인 그는 책을 펴내기 전부터도 세계자연기금(WWF) 홍보대사로 ‘열일’을 해왔다.
환경에 대한 그의 고민은 일상의 미시적 차원에서 미래를 향한 거시적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고 전방위적이다. 환경에 대한 어떤 영역의 질문을 던져도 열변을 토할 수 있는 이유다. 이번 인터뷰는 그의 말속에서 아름다운 지구와 공존하기 위한 지혜를 얻는 시간이었다.

최근에는 방송인 못지않게 ‘환경운동가’로도 활발히 활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근황이 궁금합니다.

방송 활동과 책 집필, 그리고 기후위기 관련 강연을 활발히 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적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초에는 아티스트의 알 권리와 운영의 투명성, 협업의 가치를 내세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창업해서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느끼는 것, 이해하는 것, 활동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하신 계기가 있나요?

맞습니다. 관심을 갖는 것과 행동에 나서는 건 차이가 있죠. 어릴 때부터 자연과 환경에 관심이 있긴 했지만 그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것은 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 활동을 시작한 2016년부터였습니다. 홍보대사 활동을 계기로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었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죠. 그때 저는 서울대를 갓 졸업한 상태라 훗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세상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던 차에 기후위기가 경제적인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기후위기로 인한 이득보다 손실이 더 많다고 봤고, 기후위기 문제가 곧 내 삶의 위기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절감하게 만든 순간이 있을까요?

재테크나 미래에 대한 준비에 관해 생각할 때요. 사람들은 어디에 집을 살지,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등을 고민하는데 이와 같은 문제도 결국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분야가 신재생에너지 산업 관련주라는 걸 경험하기도 했고, 미국 동북부에서 부동산을 찾던 중 태풍 영향권이라는 이유로 집값과 보험료가 달라지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30년 장기 대출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2053년이 되는데, 지금 예측으로 보면 지구 온도가 평균 2℃ 이상 높아질 확률이 60%가 넘어요. 그게 현실이 되면 인천국제공항도 김해공항도 바닷속에 있게 될지 모릅니다. 지금 열심히 돈 벌고 저축하고 투자한들 그때 찾아올 경제적인 타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매일매일 경제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됩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가장 답답한 현실적인 벽은 무엇인가요?

제도적인 문제, 규모의 문제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미시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비유를 하자면,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할 때 가끔 사고다발지역에 대한 안내가 나오잖아요. 일정 구역에서 정해진 기간에 발생하는 사고 건수에 따라 사고다발지역이 지정됩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사고다발지역이라는 걸 알려주고 운전자가 주의를 하는데도 계속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요. 운전자 개인의 차원을 뛰어넘는 이유가 있는 거죠. 그런 경우, 도로에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도로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1958년에 온실효과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1960년에는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걸 알았지만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 해결을 못 하고 있어요. 현실을 빨리 자각하고 문제를 똑바로 바라봐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도적인 문제는 제도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합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해요. 시스템적인 사고로 접근해야 환경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기후위기가 환경문제에 국한된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경제, 국가 안보 등도
결국 안전한 환경 속에서 지킬 수 있는
이슈들입니다. 결국 기후위기는 나와 내 삶,
그리고 내 사람들의 위기이며 지구를
살리는 일은 곧 나 자신과 사람들을
살리는 일입니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을 강조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지구와 공존하기 위해 우리에게 어떤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개인의 행동으로 시스템적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는 행동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투표입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싶다면 기후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투표를 해야죠. 둘째는 친환경 소비입니다. 사람들이 친환경 인증 제품들을 우선적으로 소비하고자 한다면 기업들도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후위기 해결에 동참할 수 있죠. 소비자로서 환경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적극적으로 요구를 해야 기업도 바뀝니다. 셋째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고 알리는 겁니다. 다 함께 움직일 때 변화가 가능해지니까요.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실 텐데, 기후위기에 대해 일반인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기후위기가 환경문제에 국한된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경제, 국가 안보 등도 결국 안전한 환경 속에서 지킬 수 있는 이슈들입니다. 환경이라는 울타리가 무너지면 경제든 나라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할 수 있죠. 해수면이 상승해서 항구가 피해를 보고 공항이 침수된다면 군사시설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잖아요. 결국 내가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기후위기는 나와 내 삶, 그리고 내 사람들의 위기이며 지구를 살리는 일은 곧 나 자신과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죠.

환경에 관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요즘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그중 하나로 환경 캠페인을 시작해보려 하는데, 대략적인 모습은 ‘fiveminutesforthefuture.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직은 구상 단계일 뿐,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서울대사람들> 독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행동에 집중해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기후위기를 생각하여 투표하시고, 소비할 때 친환경 소비를 하세요.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후위기에 대해 많이 알려주세요!

‘기후위기 - 3가지 착각, 3가지 행동’ 강연을 하고 있는 타일러 라쉬.
사진 제공 | 웨이브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