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art & culture

존재하는 모두 다른
아름다움에 대하여
다양한 몸, 살아가는 몸
<Living the Bodies>

우리의 몸은 높이도, 크기도, 성별도 다르다. 물리적으로 서로 다른 몸들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감각한다. 파워플랜트에서 열린 <다양한 몸, 살아가는 몸 ‘Living the Bodies’>는 세상의 모든 몸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자 서로를 직접 마주하고, 그 안에 놓인 나의 몸을 이해하며 관찰할 수 있는 경험의 장이었다.

보고 듣고 만지며 느끼는 몸의 본질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신체는 무엇일까. 이러한 고정관념의 출발선에 놓인 몸의 인식을 풀어헤치는 개념이야말로 <다양한 몸, 살아가는 몸 ‘Living the Bodies’>(이하 <Living the Bodies>)가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은 가치가 아닐까. 그 중심에는 ‘사회 구조와 통념 속에서 작동되는 장애’와 ‘기술의 발전과 장애’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하는 유화수, 이지양 작가의 <접혀진 형상>이 있다. 이는 정상적인 몸에 대한 고정적인 관념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는지 묻는다. 유화수 작가의 “장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만이 아닌 사회구성원이 같이 다뤄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는 말처럼 정상이라는 개념에 매몰되지 않고 삶에 대한 존중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Living the Bodies>는 존재감 있는 채널 영상 전시로 몸에 대한 다양한 인식 범위를 확장하게끔 만들며 새로운 물음을 던지는 계기를 마련하기에 충분했다. <ider+기>는 최창원 작가의 2021년 개인전 <HIV 감염 7주년 축하 RSVP>에서 진행한 <ider>와 전시기간 중 진행한 ‘축하파티’를 기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감염이라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삶의 지속성을 띠며 영상으로 아프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각과 다른 감각으로 소통하는 김은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공지능이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과 청각장애가 있는 작가가 언어를 배운 과정이 흡사하다는 내용의 채널 영상
<청각장애 AI 학습>과 시각적 정보들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충돌을 보여주는 채널 영상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언어>을 공개했다. 관객은 영상 속 청각장애인들의 말소리를 듣는 동시에 눈, 입 모양, 표정, 수어를 통해 언어와 비언어를 함께 듣고 보고 느끼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오브제 전시로 선보인 김예솔 산업디자이너의 <클룸픽>은 휠체어를 타는 사용자와 동행하는 사용자를 고려한 인클루시브 디자인으로 관객이 직접 만지며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몸과 몸으로 나누는 예술 융합의 공연

전시와 공연, 세미나와 별도로 워크숍은 사전 신청을 통해 진행됐다. 12월 1일부터 3일 동안 한연지 안무가가 선보인 <몸짓을 글쓰기>는 춤을 글의 형태로 확장하고 구체화해보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일 이반지하 작가의 지도하에 진행된 <부치의 자궁>은 2022년 발표한 동명의 르포르타주 에세이를 기반으로 구성한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로, ‘부치의 자궁’은 무엇이며 존재의 유무와 어디에 사용하는가 등을 함께 사유하고 현장에서 직접 자궁을 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기 앞에만 서면 얼어붙는 사람을 위한 실습형 세미나도 열렸다. 김지양 작가의 <사진포비아를 위한 심포지엄(feat. 몸과 옷)>은 참여자들이 스스로 몸을 어떻게 느끼는지 생각해보면서 전과 후를 촬영해 비교할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이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몸과 기술 매체 사이를 탐구하는 김수화 작가의 VR 퍼포먼스 <메타 헨즈>는 VR 속 가상과 현실의 공간에서 머뭇거리는 안무가의 신체를 다룬다. 전자 및 실험 사운드를 연주하는 레지스터 코리아의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Liquid Bodies>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움직이고 흘러가는 신체에 대한 감각을 사운드와 비주얼, 신체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키라라 라이브 셋>은 차갑고 강한 빅비트와 섬세한 멜로디의 조합으로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한 키라라의 음악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퍼포먼스의 형태로 풀어냈다.
마지막 날에는 대담이 진행됐다. 김원영 예술가와 최장원 작가, 유들 활동가가 대담자로 참여해 몸의 경험을 통한 통찰과 사유, 때로는 창작의 보고로서의 몸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보다 다층적으로 몸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입체적인 접근성 구현 또한 전시의 일부

<Living the Bodies>는 의미 있는 주제를 전시, 공연, 워크숍, 대담 등 여러 형식으로 담아내면서 다양성을 모색할 수 있는 행사였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행사가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원은 관객의 다양한 신체 조건에 맞추어 수월하게 전시를 둘러볼 수 있게끔 접근성의 구현에 심혈을 기울였다.
먼저 접근성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모두가 편안한 관람 현장을 위해 사전 설문을 준비했다. 메인 음성 포스터와 행사 개요, 접근성을 안내하는 수어 통역과 한글 자막, 한국어 음성을 입힌 영상으로 행사를 소개하고, 대담과 워크숍에서는 문자 통역과 수어 통역으로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휠체어는 전 공간 접근이 가능했고, 이동 지원 및 안내 보행을 위해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하고 있어 안내가 필요한 경우 음성과 안내 테이블 필담 기기를 통해 요청이 가능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관람을 넘어 몸의 예술을 둘러싼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무한한 가능성을 연 <Living the Bodies>를 통해 다양한 몸들이 서로의 존재를 포용하는 현실이 가까운 미래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