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건강한 미래를 향한
집념의 도전

이미옥 약학과 교수

인간의 평균수명은 100세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동시에 현대인들은 신종 감염병,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다방면에 걸친 신약 개발은 필수. 이미옥 교수는 40년 가까이 이어온 도전적 연구로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실현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의날’
기념식에서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받으셨는데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수훈 소식을 들은 뒤 공적 기간을 살펴보니 37년을 넘어섰더군요. 새내기 석사로서 연구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정신없이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간 켜켜이 쌓인 성과가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이라는 영예로 이어졌는데요. 훈장을 목에 건 순간 지금껏 저와 함께 약물학 연구의 길을 걸어온 연구실 제자들, 동료 교수님들, 과학계 선후배님들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영광은 저만의 것이 아닌, 이분들 모두의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몸담고 계시는 분자약물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약물학은 약물이 체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효능을 나타내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유사 이래 인류와 함께하며 건강 증진에 일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0여 년간 생명과학 분야와 각종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신체와 약물의 상호작용을 세포 내 분자 단위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됐죠. 그 결과 생체에 약물을 투입하고 반응과 효능을 살피는 기존의 약물학은 약물이 세포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분자약물학으로 진일보했으며, 신약 물질 연구 및 개발에도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40여 년간 수많은 연구에 도전해 1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신약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등 많은 업적을 쌓으셨는데요.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연구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그간 여러 분야를 다뤘지만, 현재 우리 연구실의 주축이 되는 연구 주제는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입니다. 음주 여부와 관계없이 신진대사 문제로 간에 중성지방 침착물이 쌓여 염증과 섬유화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하면 섬유화를 넘어 간이 딱딱해져서 간경변, 간암으로도 악화할 수 있는데요. 2012년 간에서 지방대사를 촉진시키는 유전자를 알아내 논문으로 발표하면서 이 질환을 더욱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기에 개인적으로 이 연구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 해당 유전자를 조절하는 물질까지 개발해 특허출원 등록 후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했으며, 이를 토대로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올 초에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는 근지방증과 관련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밝혀낸 논문도 기억에 남습니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과 긴밀하게 연계된 근지방증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는 발판이 됐기 때문이죠. 이러한 연구들은 다른 연구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히 약학대학과 수의과대학 등 학내에서 여러 교수님과 오랜 기간 공동 연구를 이어오고 있으며, 카이스트, 고려대 등 타 대학 연구자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작년 1월 대한약사회 회장에 취임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셨는데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펼치고 계시는지요?

크게 두 가지 중점사업에 힘을 쏟았습니다. 첫째는 첨단 바이오제약 융·복합연구 활성화입니다. 분자 단위의 약물 효능 분석,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바이오 연구 및 산업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는데요. 이를 위해 첨단 바이오 학술대회 활성화, 바이오 산업계와의 두터운 산학협력 토대 마련 등을 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중점사업은 미래 약학 인재 양성입니다. 대면 활동이 크게 제한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신진 연구자, 학생들이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요. 엔데믹 국면 이후 신임 교수 워크숍과 심포지엄 개최, 인적 네트워크 구축, 우수 논문 발굴 및 작성 학생 포상 등을 통해 교류, 협력 체계 구축에 앞장섰습니다. 이것과는 별개로 미래 과학기술 세대와 과학기술계 여성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1년 창립되어 여성 생명과학 기술인 능력 제고, 활동 지원에 힘쓰는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의 발기인 중 한 명이기도 한데요. 미래 생명과학 연구자들의 도전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연구 활동 못지않게 이 부분에도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수님께 있어 도전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서울대 후배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저에게 도전은 일상이자 필수불가결한 덕목입니다.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의 영역인 데다가, 더욱이 저의 도전이 인류의 건강 증진으로 연결될 수 있으니, 약학 연구자로서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죠. 후배들에게도 연구 성과를 통한 보람과 전 인류적 대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약학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특히 최근에는 생명과학 분야와 인공지능, 각종 IT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약의 개념이 무궁무진하게 확장되고 있기에, 그만큼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분야와 기회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후배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약학은 도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학문이라고 말이죠.(웃음)

지금은 어떤 도전 과제와 목표를 갖고 계시는지요?

최근 미국 UCLA 교수님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생리활성 작용을 할 수 있는 생체지질을 약물로 개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인데요. 이 연구가 잘 진행되면 새로운 개념의 약이 탄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4년 남짓 남은 정년퇴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현재 우리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연구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게 또 하나의 도전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은퇴 후에도 제가 오랜 기간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후배 연구자들과 미래 인재들에게 효과적으로 전수할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저의 40년 도전 과정이 그들의 새로운 도전에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도전은 일상이자 필수불가결한 덕목입니다.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의 영역인 데다가, 더욱이 저의 도전이 인류의 건강 증진으로 연결될 수 있으니, 약학 연구자로서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죠. 후배들에게도 연구 성과를 통한 보람과 전 인류적 대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약학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