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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생태계를 진화시킨

예술과 기술의 만남

박제성 조소과 교수

이성호 디스트릭트코리아 대표(경제학부 99학번)


 


캔버스 대신 커다란 프로젝션이 자리한 가운데 물감 대신 디지털 코드가 화면을 수놓는다. 작가의 생각을 구현하는 매개체는 선형에서 비선형으로 바뀌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작품이 아닌 관객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미디어아트가 어느새 우리 일상과 긴밀히 호흡하고 있는 가운데 표현과 새로운 경험의 창구로 미디어아트를 다루는 두 사람이 만났다. 조소과 박제성 교수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미디어아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표현의 새로운 영역, 
미디어아트

박제성 교수 :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해왔습니다. 작품 속에 자신의 의도와 감정을 담아 표현하면 관객은 이를 감상하며 의미를 느끼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미디어아트, 아트&테크놀로지 영역의 작품들은 이 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기술들이 표현의 도구이자 내용의 역할을 하며 새로운 감각으로 관객들에게 낯선 경험을 제공하죠. 그런 면에서 ‘디스트릭트’에서 운영 중인 ‘아르떼뮤지엄’은 이 같은 미디어아트의 특성을 가장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성호 대표 : ‘아르떼뮤지엄’의 테마를 ‘자연’으로 정한 이유도 미디어아트가 관객에게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심에서 느끼기 어려운 자연의 웅장함과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고, 저희 역시 점점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콘텐츠와 대척점에 있는 소재를 다루고 싶었어요. 디지털이 가진 차가움이나 낯섦을 자연이란 주제로 보여준다면 관객들이 친근하게 느낄 거라 생각했죠. 교수님께서도 지난 연말, 기술의 차가움과 낯섦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품을 선보이셨는데요. 그때 말씀하셨던 ‘메타바이오아트’라는 용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제성 교수 : DDP 건물 전면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션 맵핑 작품을 선보이는 ‘서울라이트’ 축제의 2021년도 메인 작품 ‘자각몽-다섯가지 색’에서도 여러 기술들을 활용했습니다. 마지막 챕터에는 제가 쓴 자작시를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해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영상을 선보였죠. 협업 파트너인 인공지능이 아름다운 이미지를 상상하도록 하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써서 시를 구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메타바이오아트’라는 표현도 미술의 장르라기보다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다차원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미디어아트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선언적인 의미이죠.






일상이 된 미디어를 
사유하고 즐기다

박제성 교수 : 디지털 미디어는 점점 그 영역을 넓혀 우리 일상을 둘러싸며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고 있지요. 과거에 사진이 등장했을 때 회화의 위기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고유의 가치를   더욱 강화하며 발전했는데요. 미디어아트 역시 스마트폰, VR, 파사드 등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매체들, 혹은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기술과 함께 발전하며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 속에 녹아들거라 생각해요. ‘디스트릭트’ 역시 미디어아트의 공공성과 확장성, 일상과의 조화를 상상하게 만들어줍니다. 강남 한복판에 설치했던 ‘WAVE’는 휘몰아치는 파도를 실감나게 구현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죠.

이성호 대표 : 말씀하신 대로 ‘WAVE’는 ‘Public Media Art’라는 장르로 선보인 작품이에요. ‘공공미술’이라 하면 보통 조소 작품을 떠올리기 쉬운데 저는 도심 속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도 공공재로서 공공미술을 담는 캔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 모두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전광판에 나오는 영상에 노출되기 때문이죠. 공공성을 지녔다면 자극적인 이미지와 영상이 아닌 대중이 좋아할 만한 것, 세련된 예술 작품으로 느낄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교수님 말씀처럼 이제는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미디어의 속성 자체도 공공미술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민을 크리에이터들이 함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제성 교수 : 대표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자각몽-다섯 가지 색’을 예로 들자면, 저는 디지털 가상 현실이 보편화된 지금 ‘생명’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인간과 분리되기 어려운 기계 장치를 생명으로 볼 수 없을까, 인간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도시와 환경에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또는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다차원적인 삶을 살게 된 우리가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 관객들이 생각해보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팬데믹을 겪으며 미디어가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역할로 일상의 일부가 되었기에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누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성호 대표 : 그런 메시지를 던짐과 동시에 실용적이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는 것이 미디어아트의 매력인 것 같아요. 스토리텔링이나 내러티브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시각적인 이미지만으로 한정된 공간 속에서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죠. ‘아르떼뮤지엄’을 만들 때도 관객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기획 의도를 보지 않아도 바로 그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도록 했어요. 공간에 들어간 시각적인 이미지, 이를 더욱 생생하게 하는 소리와 향기 등을 통해 관람객이 마치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했죠. 앞으로 기술이 발전된다면 이러한 경험을 오프라인 공간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 거예요.

박제성 교수 : 제가 아트&테크놀로지 영역 작품들을 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요. 처음에는 사진, 설치 매체로 주체적인 삶을 주제로 표현했어요. 그러다 디지털 공간에서 미션을 해결하고 가상의 인물과 관계를 맺으며 몰입하는 게임의 세계관이 굉장히 흥미로워지면서 ‘가상공간이 목적 없는 사유의 공간이 되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 처음 3D 게임 작법을 활용한 작품 ‘여정’을 만들게 되었어요. 이 작품이 아트&테크놀로지 작품들의 시작이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떠한 비전을 보시고 이 길에 들어서셨는지 궁금합니다.





거듭된 경험이 
만든 것들

이성호 대표 : 저는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경영대학원에 다니며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회계사로도 근무했었어요. 2007년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으로 ‘디스트릭트’에 왔는데 2년 2개월의 복무를 마칠 무렵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디자인 분야에 다양한 콘텐츠 수요가 생길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디스트릭트’는 B2B 사업을 하는 웹 에이전시였는데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이라면 대중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2016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2019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존 상업디자인 영역을 넘어서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형태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죠.

박제성 교수 :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디스트릭트’ 모든 구성원이 심혈을 기울이며 협업할 것 같습니다. 미디어아트의 또 다른 매력은 이처럼 많은 전문가와 함께 작업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저는 학생들이 이런 협업 마인드를 가졌으면 해서 팀 작업을 꼭 진행하고 있어요. 성향에 따라, 혼자 작업할 때보다 번거롭고 불편하고 느릴 수 있지만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 학생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대표님의 학창 시절도 궁금합니다.




이성호 대표 : 돌아보면 대학교 때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아침 9시 수업에 들어가기가 너무 힘들어 중고 오토바이를 장만했지만, 자주 고장났어요. 그럴 때마다 낙성대에 있는 수리점까지 끌고 가야 했는데 그게 너무 번거로워 한 학기 휴학한 뒤 ‘ASAP 911’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전화만 하면 오토바이 수리 가게에서 와 주는 서비스로 서울 시내 오토바이 가게들에 찾아가 가맹 계약을 유도했었죠. 또 원하는 배달 음식 주문하기가 어려워 학교에 있는 전단지를 모두 모아 인터넷 웹사이트를 만든 적도 있어요. 원하는 메뉴를 쉽게 고를 수 있는 서비스라며 음식점을 돌며 가맹 계약을 유도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도 타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관심 가지고 지켜보며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박제성 교수 :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도전을 자양분 삼아 사회에서 멋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디스트릭트’의 오랜 팬으로서 대표님과 값진 추억을 만들게 돼 기쁩니다.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다음 세대가 살아갈 디지털 생태계를 어떻게 개척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은데요. 오늘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디스트릭트’가 앞으로도 디지털 콘텐츠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회사가 되길 응원합니다.

이성호 대표 : 저도 정말 반가웠습니다. 교수님의 응원처럼 ‘디스트릭트’가 앞으로도 성장해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회사로 남길 바랍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리며 한국의 크리에이터로서 교수님과 함께 좋은 작업으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