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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와 나

학계를 일군 개척자의

후학 사랑

김주필 동문(주필거미박물관장)



 


경기 남양주시 진중리 운길산 중턱에는 2만여 평 규모의 생태수목원이 있다.  그 안에 자리한 국내 유일의 거미 박물관은 김주필 박사가 반평생 매진한 연구의 결실이 고스란히 깃든 곳이다. 40년 넘게 오로지 거미 연구에만 몰두한 국내 최초의 거미 박사, 김주필 관장은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며, 81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논문을 쓰고 후학들에게 나눔을 전하고 있다. 



거미 찾아 전 세계 누빈 국내 1호 거미 박사 


김주필 박사가 2004년에 문을 연 ‘주필거미박물관’의 시작은 1994년에 설립한 ‘한국거미연구소’다. 김 박사가 ‘한국땅거미’를 처음 발견한 운길산 자락은 거미가 서식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로, 토종 거미가 많이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거미 연구 거점지로 이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 김 박사는 평생 모은 사재를 털어 거미 연구소를 차렸고, 전 세계 110여 개국을 다니며 직접 채집한 6천여 종의 거미 40만 마리를 한데 모았다. 그리고 거미를 혐오스럽게 여기는 대중의 선입견을 깨고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라는 점을 알리고자 세계 희귀 거미 표본과 화석을 갖춘 주필거미박물관을 열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박물관 운영이 잠정 중단됐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약 1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왔어요. 더 늦기 전에 다시 체험 학습의 장을 마련하고 싶은데 당장 할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김주필 박사가 거미 연구에 나서기 전 국내 학계에 밝혀진 우리나라 거미 종류는 170여 종에 그쳤는데, 지금은 950여 종이나 될 정도로 김주필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거미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가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당시만 해도 거미는 미개척 분야였기에 거미 연구자가 되겠다는 그의 도전에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김주필 박사는 거미가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일찍이 발견했다. 


“거미는 해충을 없애고 깨끗한 곳에서만 서식해 청정 환경의 지표가 되는 동물이에요. 그래서 유기농 농사에 활용될 수 있고, 거미 독과 소화 효소로 마취제, 해독제, 소화제 같은 약품을 만들 수도 있지요. 지금은 알츠하이머 예방약 개발에도 거미 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거미줄은 굉장히 질긴 소재여서 방탄복의 원료로도 쓰이고, 인간에게 무해해 수술 봉합실이나 인공 장기의 소재도 됩니다.”



후학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파 


2년 전부터 1,000쪽이 넘는 분량의 『한국거미도감』을 만들고 있는 김주필 박사는 그간 개척해온 연구 기반이 후배들에게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후학 양성을 하며 11명의 박사를 키워낸 그에게 아직 남은 욕심이 있다면 더 많은 후배 학자를 길러내고 싶다는 것. 


“형편이 어려워 서울대 재학 시절에 힘들게 공부했어요. 학비를 벌기 위해 가정교사와 학원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이 끝난 늦은 시간에 공부를 했죠. 몸은 고됐지만,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대학원 과정까지 밟았습니다. 저처럼 후배들이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개척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김주필 박사는 대학에서 받은 장학금이 큰 힘이 됐다며 이에 대한 보답을 후배들에게 베풀고자 지난해 3월 모교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 ‘구양 김주필 교수기금’ 2억 원을 기부했다.  


“교수직에선 물러났지만, 후배들의 연구 활동에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자 합니다. 개척자 정신을 지닌 후배 학자들이 많아져 한국 기초과학이 더 큰 성장을 이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