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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1

멜라닌 결핍 희귀 질환 극복의

열쇠가 될 생체 모방 시스템

김병기·황석연 교수팀, 인공 멜라닌 색소 합성기술 개발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김병기 교수팀과 황석연 교수팀이 생체 내의 멜라닌 색소 합성 원리를 모방해 인공 멜라노좀을 개발했다. 자외선을 받으면 티로시나아제 효소가 광활성(光活性)화 하도록 해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게 하는 원리이다. 이는 세계에서 처음 개발된  광활성 티로시나아제 효소 시스템으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조직과 세포들을 보호할 수 있다.

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사람의 피부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멜라닌이다. 인종에 따라 멜라닌 발현 유전자가 다르고 이에 따라 멜라닌세포 양이 조절되어 피부색이 결정된다. 피부는 크게 표피, 진피, 지방층 세 층으로 나뉘고, 표피는 표면부터 순서대로 각질층, 과립층, 유극층, 기저층으로 구분된다. 이중 표피의 제일 아래인 기저층에 멜라닌세포(melanocyte)가 자리하며 멜라닌 색소를 생성한다.

그렇다면 멜라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리가 자외선을 받게 되면 표피 각질층의 ‘각질형성세포(kerationocyte)’가 기저층 멜라닌세포에 ‘지금 피부가 공격받고 있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를 감지한 멜라닌세포는 멜라노좀(melanosome)을 만들어내고, 이 멜라노좀이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색깔을 띠게 한다. 처음 멜라노좀이 만들어질 때는 색이 없다. 멜라노좀이 성숙해질수록 색이 짙어지는데, 그 이유는 멜라닌세포 안에 있는 티로신(Tyrosine)이라는 아미노산이 멜라닌으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이때 멜라닌의 생성을 조절하는 효소 티로시나아제(Tyrosinase)가 작용한다. 티로시나아제가 구리와 결합하면서 티로신이 산화되도록 도와 멜라닌 색소로 변환시킨다. 미백 기능성 화장품들은 바로 이 티로시나아제의 활동을 억제하는 원리로 만들었다.

멜라노좀은 나뭇가지 모양의 수많은 돌기를 가진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이 돌기를 통해 멜라노좀이 각질층의 각질 형성 세포로 이동한다. 멜라닌 색소를 잔뜩 머금은 멜라노좀은 피부 표층(각질층)에 깔려 자외선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자외선을 많이 받을수록 멜라노좀이 많이 생성되고, 멜라닌 또한 과도하게 분비돼 진한 갈색 막을 만든다. 이것이 색소 침착이며, 색소로 인해 자외선이 걸러지게 된다.
멜라닌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우리 몸에 분명 이득이다. 멜라닌 색소가 정상인보다 부족하면 백반증(알비노)이 나타난다. 백반증은 멜라닌 생성에 관여하는 티로시나아제의 화학적 결함이나, 티로시나아제의 부족이라는 유전적 결함 때문에 발생한다. 백반증은 피부암이 발생할 위험도 높다. 반대로 멜라닌 색소가 과다하면 피부가 검게 변한다.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김병기 교수팀과 황석연 교수팀은 생체 내의 이 같은 멜라닌 색소 합성 원리를 모방해 인공 멜라노좀을 개발했다. 자외선을 받으면 티로시나아제 효소가 광활성(光活性)화하도록 해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게 하는 원리이다. 세계에서 처음 개발된 광활성 효소 시스템으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조직과 세포들을 보호할 수 있다.

인공 멜라노좀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팀은 먼저 세균의 일종인 방선균에서 티로시나아제의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광활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 이후 자외선에 의해서만 잘려지는 니트로벤질 티로신을 티로시나아제에 도입했다. 그 결과 활성 부위인 티로시나아제 입구를 막으면 활성을 보이지 않았고, 자외선을 받으면 니트로벤질 티로신이 잘려나가면서 티로시나아제가 활성을 나타냈다. 광활성화가 성공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생물체의 피부 내에서 멜라닌 색소를 생합성 하는 데 이 광활성 효소를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광활성 효소를 피부 속으로 전달할 전달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리포솜(liposome, 지질 이중층)으로 광활성 효소인 티로시나아제를 둘러싸 인공 멜라노좀을 만들었다. 리포솜은 세포막의 구성 성분인 인지질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결국 인공 멜라노좀이 효소 전달체인 셈이다.

연구팀은 인공 멜라노좀을 돼지 피부에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광활성 효소 티로시나아제가 피부 내에 잘 전달되었고, 이후 자외선을 받은 광활성 효소가 30분 안에 멜라닌을 생성해 피부를 검게 만들었다. 이후 연구팀은 인공 멜라노좀을 실험군 쥐에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 특히 표피층의 두께가 자외선을 쬐지 않은 대조군 쥐와 유사했다. 인공 멜라노좀이 만든 멜라닌 색소가 자외선을 차단하며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반면 대조군 쥐에서는 자외선에 의해 심각한 일광 화상이 일어나 피부 손상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금속 이온을 활성 부위로 하는 효소에 최초로 광활성 시스템이 도입되어 피부 보호 효과가 검증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유전공학, 고분자공학 및 조직공학이 접목된 신개념의 자외선 차단 기술인 연구팀의 연구는 새로운 효소의 디자인과 제작, 그리고 이를 체내로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법이 적용된 차세대 융합 기술로 높게 평가받았다. 앞으로 연구팀은 대동물 실험을 통해 ‘광활성 티로시나아제’를 알비노 환자 치료 기술로 확대하고, 백반증과 같은 멜라닌 결함과 관련된 희귀 질환 극복에도 응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