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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도시의

내일을 위해

환경조경학과 김세훈 교수

세종특별자치시 정경식 소담동장(심리학과 09학번)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인구는 약 2,605만 명으로 총인구 5,164만 명 중 50.4%가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면적이 우리나라 총면적 중 11.8%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구가 수도권에 쏠려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는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일자리 창출 등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더불어 사는 도시, 행복한 마을을 만들 방법은 무엇인가. 도시재생을 연구하는 환경조경학과 김세훈 교수와 33세 젊은 나이로 지난 1월, 세종특별자치시 소담동장으로 부임한 정경식 동장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행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완성하는 
도시의 소프트웨어

김세훈 교수 : 우리나라 도시 개발, 특히 신도시 개발은 공공주도하에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러다 보니 지구 지정도 대규모로 이뤄지고 개발과 토지 분양 같은 절차가 상당히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진행돼요. 하드웨어인 도시만 있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문화나 콘텐츠, 즉 소프트웨어는 부족한 것이죠. 문제는 도시 안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거예요. 도시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고, 특정 규모 이상의 시장을 갖추는 ‘도시성숙’이 선행되어야 하거든요.

정경식 동장 : 저도 소담동에 우리 마을만의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신도시인 세종시 역시 교수님이 말씀하신 문제들로 여전히 ‘회색 도시’로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인프라는 갖췄지만 특색은 부족하죠. 그중에서도 소담동은 정부청사나 연구단지가 모여 있는 인근 마을과 달리 조용한 주거 중심의 동네라 특별한 개성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주민분들도 이를 공감하셨기에 소담동에 문화를 입히겠다는 제 공약을 지지해 주신 것 같아요.

김세훈 교수 : 도시나 주거환경에 관한 일들이 부동산과 연결되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보다 수익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많은 것도 문제예요.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도시를 만드는 일도 일종의 사업이고, 사업의 타당성을 갖추려면 자본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것이 도시를 채워 나가는 방식으로까지 확대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더 좋은 도시를 만들려는 의지도 필요하고요.

정경식 동장 : 맞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조치원읍에서 자라 세종시가 정말 특별해요. 동장 부임 전, 세종시청 도시재생과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조치원읍에 자리한 폐정수장 부근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1935년부터 78년 동안 정수장으로 사용되었지만, 본래의 기능을 잃은 후 그 주변이 우범지역으로 바뀌어 변화가 필요했죠. 그 당시 폐공장을 개조한 카페가 유행할 때라 저도 이곳을 카페로 바꾸고 싶었는데 반대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기나긴 협의 끝에 카페 문을 열 수 있었고 그 주변에 근린공원, 커뮤니티 공간, 분수대 등 공간을 마련해 ‘조치원문화정원’으로 구성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어요. 뿌듯하고 보람도 컸지만,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조치원읍에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도시의 잠재력을 깨우는 
마을공동체

김세훈 교수 : 저도 고향에 애정을 가진 동장님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실현할 수 없었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지역 개발에 공공과 민간의 일이 너무 명확히 구분돼 있어요. 공공 영역에 민간이 합류해 사업을 진행하고 민간 영역에도 공공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거든요. 이와 관련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리콘밸리가 자리한 샌프란시스코는 1990년대부터 IT산업과 벤처기업들이 들어오면서 도시의 총 GDP가 크게 상승했어요. 삶의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집값도 폭등하고 저숙련 노동자나 난민, 유색 인종들은 살기 어려운 도시가 됐죠. 이때 한 비영리기업이 제조업 임대 단지를 조성했습니다. 소득 하위 가구 주민들을 근로자로 고용할 테니 그 대신 세제 혜택을 달라고 협의하죠.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외부 투자도 늘었어요. 구성원들의 생계가 안정되면서 도시가 더욱 발전할 수 있었죠. 우리나라도 영리·비영리 민간 기업, 행정, 지역사회가 함께 모여 장기적인계획을 고민해야 하고, 그것이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정경식 동장 : 교수님 말씀대로 지속 가능성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도 ‘조치원문화정원’을 유치했지만, 시 재정 투입후에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의견을 나눈 결과, 해답은 결국 지역 주민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그 공간을 자주 이용하고,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려고 한다면, 그 효과가 정주 인구뿐 아니라 관광객, 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유동인구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와 더불어 이러한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하고요. 세종시도 주민참여예산이나 주민협의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김세훈 교수 : 도시를 어떻게 바꾸고 또 지역사회를 바꾸는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해요. 흔히 우리가 ‘마을’이라고 하면 그곳에 사는 거주자만 생각할 때가 많은데 교통이 발달한 지금, 그 지역에 살지 않지만 자주 오가는 ‘관계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요. 실제로 서울도 거주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관계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죠. 관계 인구 역시 소중한 도시 구성원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하고 주민협의체 의견을 반영할 때도 그것이 과대 대표된 의견은 아닌지 고민해야 해요. 저는 ‘마시멜로 같은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처럼 도시도 겉으로는 형태를 갖추었어도 그 속의 구성원들이 의지를 갖고 바꾸어 나가는, 그래서 박제화되지 않는 도시, 크고 작은 변화가 계속 일어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장님께서도 그런 변화에 고민이 크실 것 같아요.

정경식 동장 : 맞아요. 일을 하면 할수록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게 정말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저는 최근에 공공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소담동 어린이들과 ‘공공디자인단’을 구성했어요. ‘함께 만드는 안전한 건널목’을 주제로 어린이들이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이를 세종시에 소재한 홍익대 건축학부와 함께 실현 가능한 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사업입니다. 이처럼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마을을 바꾸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이어가려고 해요.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지속 가능성

김세훈 교수 : 젊은 동장님다운 톡톡 튀는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동장님과 인터뷰에 앞서 나이를 보고 놀랐어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동장님이실 것 같은데 처음 공직자를 꿈꾸신 계기가 있나요?

정경식 동장 : 돌아보면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을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공직을 향한 꿈이 생겼고 그 일을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고향, 조치원읍이 자리한 세종시에서 이루고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주민들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제 손으로 소담동이라는 작은 마을을 바꾸어 가는 게 정말 행복해요. ‘작년과 비교해 발전했다’라는 말씀을 해 주실 때마다 무척 뿌듯하고 보람도 큽니다. 교수님께서 도시설계에 처음 관심 갖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세훈 교수 : 저는 건축학과 졸업 후, 처음에는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했어요. 건축 일을 하다 보니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공공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 미국에서 도시설계를 공부하게 되었죠. 당시 보스턴에서 유학했는데 보스턴은 작은 도시임에도 미국 최초로 종합대학, 공립고등학교, 공공도서관, 현대적 공원이 들어선 역사적인 도시예요. 보스턴을 경험하는 것만으로 도시설계의 안목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정경식 동장 : 도시는 공부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장기적인 시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또 주민들에게 제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에도 고민이 많습니다. 교수님처럼 언젠가 다양한 도시를 풍부하게 경험하며 공부하고 싶어요.

김세훈 교수 : 저는 이 같은 동장님의 젊음과 가능성이 곧 세종시의 매력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만들어진 신선한 새 도시이고, 구성원들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이주해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잖아요. 평균 연령 37세인 젊은 도시이자 출산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품고 있어요. 도시의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이기에 동장님을 비롯한 행정기관과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변화시켜 간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델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정경식 동장 : 그렇게 되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유익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쁩니다. 도시 발전과 관련해 궁금한 것도 많았는데 교수님께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 설명해 주셔서 배워 가는 것이 많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김세훈 교수 : 저도 늘 심포지엄이나 자문회의에서 도시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학교에서, 서울대를 졸업하신 동문님과 함께 도시와 사람을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돼 뜻깊었습니다. 젊은 동장님이 젊은 도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