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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건전한 경쟁으로 완성될

산업 간 공존

경영학과 이경묵 교수 




 

 

4차 산업혁명 초입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우리 생활의 많은 것들이 바뀐 가운데 산업현장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급성장한 반면, 전통 제조기업과 소상공인은 큰 타격을 입었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 재편으로 기회와 갈등 요인도 증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속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필요한 산업 간 상생은 무엇일까? 한국의 기업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경영학과 이경묵 교수를 만났다.



1.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달라진 산업 환경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재택근무로의 전환, 플랫폼 기업의 성장 등 많은 것을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의 다변화를 촉발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기업들은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과 세금이 저렴한 지역, 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를 생산 거점으로 선택하고 공급망을 관리했어요. 국가 간 무역 장벽이 낮아지는 세계화가 이뤄지고 기술발전으로 효율적인 물류 관리가 가능해진 덕분이었죠.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에서 락다운이 계속되면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나 부품을 일정에 맞춰 유통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중국이 자국 석탄 사용을 위해 요소 수출을 중단하면서 요소수 품귀 사태를 경험했지요. 공급망을 세계 곳곳에 분산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고,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 역시 현실에 맞는 공급망 관리가 필요합니다.





 


2.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경제체제와 플랫폼 기반 신산업 간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9년 있었던 이른바 ‘타다’ 사태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기존 택시의 승차 거부, 바가지요금, 불친절한 서비스에 불만을 느끼던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택시업계 반발로 결국 일부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신생 산업과 그에 따라 피해를 볼 수 있는 기존 산업이 상생하길 바라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예요. 상생 관계가 아닌 경쟁 관계이고, 경쟁의 주체들끼리 타협하고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이때 정부는 한쪽을 규제하는 대신 두 산업 간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도와야 합니다. 가령 택시의 경우 국내법령에 따라 차량 크기와 가격 등을 규제하고 있는데 ‘타다’와 동일한 수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량 크기도 다양하게 운영하며, 요금도 지자체별로 사업자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정한다면 보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었겠죠.



3. 

섣부른 규제가 4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는 가운데 중재자인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요?

현대사회에서 성장과 분배는 핵심적인 정책 가치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정부는 두 영역 모두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요. 그러나 경제 정책에서 분배 문제에 치우치면 그 어떤 혁신도 일어날 수 없기에 두 영역을 분리해 바라봐야 합니다. 가령 앞서 이야기했던 ‘타다’ 사태에서 기존 택시사업자들의 생존권 문제는 분배의 영역입니다. 언급했던 것처럼 규제를 풀어 ‘타다’와 경쟁하도록 하되, 경쟁에서 도태된다면 그 부분만 정부의 다른 복지정책으로 보장해 주는 방법이 있겠지요. 미국은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의 출시 이후, 대도시 택시회사들과 ‘우버’가 연결되며 함께 살아남았습니다.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역시 기존 숙박업체들이 고객 유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로 독점화가 이뤄질 수 있기에 이에 대한 감시는 필요합니다. 자율적인 환경에서 혁신을 불러올 진흥책을 내놓고, 그에 따른 부작용은 제도 개선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소비자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기업의 경쟁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4.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며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인 협력업체를 착취 관계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상생을 위해 대기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요. 국내 중소기업 중 60% 이상이 대기업과 직간접적인 도급 관계를 맺고 있고, 기업 매출도 대부분 대기업으로부터 만들어집니다. 이미 납품할 곳이 정해진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현 상황에 안주하게 되고, 독자적으로 수익을 낼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워집니다. 공공조달 시장 역시 ‘정부가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을 구매해 성장하도록 돕는다’라는 취지이지만 반대로 시장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중소기업 스스로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원가를 줄여 수익 낼 방법을 고민하지 않으면 대기업 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입니다.





 


5. 

그렇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해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규제를 개혁하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장 경쟁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단가를 낮추고 납기를 단축하며 품질을 높이라는 원청업체, 즉 대기업의 요구는 물건을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의 이익과 경쟁업체를 이기기 위한 불가피한 요구입니다. 오히려 경쟁력 떨어지는 중소기업과 계속 거래를 한다면 경쟁력 있는 다른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지요. 정부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틀을 바꾸어 활발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돕고, 공공조달 시장 역시 조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동시에 비합리적인 거래 방식과 일방통행식 거래, 협력업체의 기술탈취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통해 감시해야 합니다.



6.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용 한파가 이어지면서 취업을 앞둔 학생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새로운 기회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기회와 자신이 갖고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잘 활용해 미래를 개척하고 동시에 세상에도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 네트워크 효과: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 효과. 사용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므로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 품질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 포지티브 규제: 법률과 정책에서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

*네거티브 규제: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