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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내일을 바꿀

연대의 힘

기후융합과학연구실 정수종 교수

MBC 김진만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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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경제 성장과 개발을 위해 달려온 사이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랐다. 자연은 견딜 수 없는 폭염과 감당할 수 없는 장마, 꺼지지 않는 산불로 미래를 경고했지만 이를 무시한 인류는 최악의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맞았다.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는 공동의 목표를 정했고, 각국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법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생존의 문제이자 일상의 언어가 된 때,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20여 년간 지구의 변화를 목격해 온 두 사람, 기후융합과학연구실 정수종 교수와 김진만 프로듀서가 만났다. 



 


기후변화의 예측 불가능성, 

더 큰 피해를 초래하다


정수종 교수 : 기후변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에요.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기후 모델*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단 하나도 예측하지 못했거든요. 가령 2019년 9월에 발생했던 호주 산불이 해를 넘어 2020년 2월까지 호주 전체 숲의 약 14%를 태울 줄 누구도 알지 못했죠. 이밖에도 그리스, 터키, 알제리,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큰 산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실 산불은 늘 발생해왔어요. 예전에는 진화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지금 일어나는 산불은 한 번 나면 거세게,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사람이 컨트롤할 수 없게 되었죠. 모두 기후변화로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일어난 현상이에요.

* 기후 모델 : 기후를 예측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기후의 시간 변화를 물리법칙으로 컴퓨터에 입력해 기후를 예측한다. 

 

김진만 PD : 교수님 말씀대로 산불은 늘 발생해왔습니다. 또 자연적인 의미에서도 산불이 나야 그 산의 나무들이 생태적으로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요. 그런데 길더라도 한 달 안에 꺼졌던 산불이 이제는 너무나 긴 시간 동안 불타고 그 규모도 엄청나게 된 거죠. 호주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저는 호주 북부에 자리한 바위산 ‘울룰루’에 가기 위해 여행 중이었어요. 브리즈번에서 시작해 시드니, 멜버른 통해 들어가는 계획이었는데 그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블루마운틴 산악지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블루마운틴은 대규모의 유칼립투스 잎으로 산 전체가 파란빛을 띠어 지어진 이름이에요. 그러나 그곳에 오래 머물렀음에도 단 한 번도 파란색 숲을 본 적이 없어요. 산불 때문에 눈을 뜨기도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산불을 진화한 뒤 WWF(세계자연기금)가 포유류 약 1억 4,300만 마리를 포함해 30억 마리에 달하는 호주 야생동물이 산불 영향으로 죽거나 다쳤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죠.


정수종 교수 :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수 있어요. PD님께서 다녀오신 북극과 남극의 영구동토층 유실 문제도 심각한 기후위기 중 한 사례입니다. 영구동토층은 2년 연속으로 얼어 있는 땅을 의미해요. 여름에도 계속 얼어 있어야 정상인데 최근 시베리아 남부와 북유럽의 지표면 연평균 기온이 영상을 기록하면서 토양 속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어요. 북극권 바다 해빙의 경우 3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실정이죠. 영구동토층 유실은 침수뿐 아니라 그 아래 갇혀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될 수 있어 더욱 위험합니다. 현재 대기에 포함된 탄소량의 두 배 가까운 규모로 그만한 양이 짧은 시간에 방출될 경우 기후변화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 할 것입니다.


김진만 PD :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을 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요. 그때도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남극의 눈물> 촬영 때 새끼 아델리펭귄 1,500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참상을 목격했어요. 빙산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먹이를 구하러 나간 부모 펭귄들은 돌아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뱃속의 먹이가 모두 소화돼 새끼들이 굶어 죽게 된 것이죠. 2019년 다큐멘터리 <곰>을 촬영하기 위해 알래스카 카토빅(Kaktovik) 마을을 찾았을 때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얼음이 얼지 않아 북극곰들이 이누이트 마을까지 내려와 먹이를 구하고 있었어요. 이런 일들이 아직은 동물들에게 닥친 문제지만, 언젠가는 인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죠.




대중의 참여로 함께 

극복해야 할 기후위기 


정수종 교수 : 기후위기의 원인은 이번 팬데믹으로 너무나 확실해졌어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공장을 셧다운 시키자 환경이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거든요. 저희 연구실에서는 2018년부터 남산타워 꼭대기에 온실가스 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매초 간격으로 서울의 이산화탄소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후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살펴보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을 때 온실가스 농도가 상당히 감소했어요. 이후 백신이 보급되고 제한이 풀리니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요. 인간의 활동으로 온실가스 농도나 대기오염물질이 증가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죠.


김진만 PD : 맞습니다. 실제로 스페인 국립공원에서는 멸종된 줄 알았던 불곰이 150년 만에 발견되고,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인적이 끊기니 많은 야생동물이 돌아오기 시작했죠. 저는 지난해 말쯤, 국내 곳곳의 강에 대한 수중 생태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는데 그때만큼 수질이 깨끗한 적이 없었어요. 인간의 활동이 결국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정수종 교수 :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해진 만큼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중의 관심이 가장 중요해요. 그러려면 이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환경오염 해결을 국가가 해야 하는 일, 내가 할 수 없는 일, 내가 할 필요 없는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변화가 생기려면 이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해요. 파괴되는 자연을 내 사유지로 생각하고 잘못하면 내 재산과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적인 문제로 끌고 와야 변화를 이끌 수 있어요. 더불어 어렸을 때부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도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진만 PD : 환경을 지키는 일이 사실 정말 불편해요. 국가에 맡기려는 이유도 이 때문일 거예요. 오는 6월부터 일회용 컵 사용 시 300원의 보증금을 내는 제도가 시행되고 일회용 물티슈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보증금 제도는 2002년 한 차례 시행했다가 5년 만에 폐지되기도 했었죠. 저는 이 같은 불편함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이와 동시에 ‘환경 감수성’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 우리가 벌인 일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공감하는 마음, 또 환경을 지키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게 해주어야 해요. 저희 같은 미디어와 교수님께서 몸담고 계신 교육계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수종 교수 : PD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과거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는 산업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주제였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이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개개인의 노력을 발판 삼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나아가야 합니다. 환경이 국제무역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만큼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공유할수록 가치가 

더해가는 ‘환경 정보’


정수종 교수 : PD님께서는 <아마존의 눈물>부터 <남극의 눈물>, <곤충, 위대한 본능>, <곰>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오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환경 다큐멘터리를 연이어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김진만 PD : 환경을 주제로 한 첫 번째 다큐멘터리는 2009년 방송된 <아마존의 눈물>이었어요. 사실 저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깊지 않았고 그 내용도 처음에는 부족민의 이야기를 담은 문명사 다큐멘터리로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에서 마주친 광경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마존에서는 단 하루도 불이 나지 않는 날이 없어요. 거대한 목초지와 농장을 만들기 위해 숲에 계속 불을 지르기 때문이죠. 덕분에 브라질은 미국을 제치고 소고기와 대두 수출액 1위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탐욕으로 파괴되는 자연의 모습을 알리고 싶었어요. 보통 정보는 희소성이 있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지만, 환경과 인권에 대한 정보만큼은 여러 사람이 공유할수록그 힘이 강해집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환경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정수종 교수 : 마지막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제가 기후변화를 계속 연구해올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그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오늘 PD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연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유익한 시간이었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느낍니다. 앞으로도 계속 PD님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김진만 PD : 저도 즐거웠습니다.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할때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과학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교수님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더 좋은 다큐멘터리, 더 큰 공감을 부를 수 있는 이야기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