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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2

미래를 바꾼 리더십,

제국의 한계를 극복하다

『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모든 역사와 역사를 구성한 지도자에게는 공(功)과 과(過)가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는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디오클레티아누스, 콘스탄티누스, 로마를 만든 네 명의 리더를 통해 1200여 년의 로마사와 한계를 극복하고 시대를 전환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글. 김덕수 역사교육과 교수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말이 있다. 중세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이 말은 영어로,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위대한 일은 시간이 걸린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원전 8세기 중엽, 이탈리아 중서부 라티움 지방 작은 일곱 개의 언덕 마을에서 시작된 로마는 500여 년 뒤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하고 이후 동서 지중해 지역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정복하는 대제국을 이루었다.

로마제국의 ‘성공 신화’를 시오노 나나미 식의 찬양 일변도로 볼것인지는 성찰이 필요하다. 20세기 전반부를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에 ‘대일본제국’을 건설했던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식민 지배의 아픔이 아직 가시지 않은 우리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서)로마제국이 5세기에 해체된 뒤 ‘로마화(문명화)’되어 오늘날까지 발전해온 프랑스, 영국, 에스파냐 등을 보면 그곳이 로마의 지배하에 서양 문명 세계의 일원이 되었음은 역사적 사실이고, 오늘날 그 땅에 사는 사람들도 이를 자신들의 고대사 일부로 다루고 있다. 고구려사를 두고 중국과 우리가 역사 전쟁을 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중해 제국으로의 로마의 성장은 로마 인민 전체의 업적이지만 그럼에도 탁월한 리더십으로 로마를 이끈 리더들의 역할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많은 로마의 지도자 중 네 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오늘날 프랑스 땅인 유럽 중앙부로 로마의 세력권을 확장하고 장차 로마 문명이 서양 문명의 토대가 되는 데 크게 기여한 카이사르, 내전의 최후 승자이자 초대 황제로서 로마 평화의 첫발을 내디딘 아우구스투스, 3세기 중엽 군인 황제 시대에 내우외환의 혼란상을 극복하고 로마제국의 장기 발전의 토대를 구축한 디오클레티아누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리스도교를 공인하고 로마가 그리스도교 국가로 가는 길을 연 콘스탄티누스의 업적과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업적에는 공(功)이 있으면 과(過)가 있다. 카이사르에게는 로마공화정의 전통과 상징인 원로원을 무시하고 독재를 한 것, 아우구스투스에게는 자신이 로마 정치에 등장할 때 도와준 키케로를 안토니우스에게 내주어 처형하고, 티베리우스 클라우스디우스의 처였던 리비아를 빼앗아 아내로 취한 것, 또한 자신의 혈통에서 후계자를 세우기 위해 외동딸 율리아를 세 차례 정략결혼에 이용한 뒤 마지막에는 간통법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판다트리아 섬에 유폐시키고, 죽은 유골도 황실의 능(Mausoleum of Augustus)에 안치하지 못하도록 유언한 것,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마지막 대박해를 시행한 것, 그리고 콘스탄티누스는 그리스교의 공인 이후 황제가 교회 문제에 관여하고 각종 이교도 전통을 그리스도교 의식과 절기에 혼합한 행위 등. 

그럼에도 그들이 공적 영역에서 성취한 업적들은 그들이 떠난 후 로마 사회에, 세계사에, 더 나아가서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디오클레티아누스, 콘스탄티누스, 로마를 만든 이 네 명의 리더를 통해 1200여 년의 로마사를 들여다보는 것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접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움일 것이다.

2000년 전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생활 환경은 많이 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훌륭한 리더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리더 한 사람으로 인해 나라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훌륭한 리더는 본인뿐 아니라 그를 지도자로 받드는 공동체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준다. 역사에서 리더의 교훈을 강조한 이 책이 국가나 공동체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리더를 선출해야 하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