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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사람과 컴퓨터의 현명한

어울림을 꿈꾸다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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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을 시작으로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신한 지 200년 후, 컴퓨터가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그저 보조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컴퓨터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사람의 뇌를 모방하기에 이르자 인류는 창의성까지 겸비한 다음 세대 컴퓨터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두려움에 휩싸였다. 사람과 컴퓨터의 현명한 공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HCI 연구자 이준환 교수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과 ‘공동체 정신’에 주목한다.



1.

HCI는 미래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융합 분야로서 세계적인 회사들이 앞다퉈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HCI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을 뜻하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쉽고 편리 하게 컴퓨터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HCI 연구를 통해 나오는 결과는 흔히 많이 회자 되는 ‘좋은 사용자 경험’, UX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인터페이스의 효율성과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제품, 서비스,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요. 서울대도 여러 단과대에서 HCI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과학대학에서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또 컴퓨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이슈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교수는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라는 ‘모라벡의 역설’을 주장했다.



2.

교수님께서는 2015년 기사 알고리즘 로봇 ‘야알봇’을 개발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야알봇’은 소셜 컴퓨팅 연구에서 출발했어요. 소셜 컴퓨팅 (Social Computing)이란 웹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회과학적인 이슈를 연구하는 컴퓨터 과학의 분야로 저희 연구실 에서도 오랜 시간 소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언론정보과학에 소속돼 있다보니 저널리즘으로 관심을 확대하면서 ‘로봇 저널리즘’을 연구하게 되었는데요. 기존에는 자료 분석 등 그저 보조하는 역할만 해오던 컴퓨터 알고리즘이 2010년대 후 일부 분야에서 사람처럼 기사를 작성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소에서도 로봇 기자를 개발하게 됐어요. 다만 아직은 데이터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면 기사 작성이 불가능해 객관적인 사실과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 야구를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처음 야알봇을 개발하고 6년이 지난 지금은 정치나 증시 기사로도 확장됐고, 최근에는 기사를 챗봇 형태로 제공해 주는 ‘로봇 챗봇 기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 때 처음 사용했는데 가령 사용자가 ‘아무개 후보의 지금 동향은 어때?’라고 물어보면 챗봇 기자가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해 간단하게 기사를 작성해 알려 주는 방식입니다. 



3.

AI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거란 불안 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카네기 멜런 대학교 로봇 연구소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교수가 인공지능 개발 초창기였던 1970년대에 남긴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라는 ‘모라벡의 역설’이죠. 인간은 걷기, 느끼기, 의사소통 등 일상적인 행위는 매우 쉽게 하지만 복잡한 수식 계산을 하기 위해 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합니다. 반대로 컴퓨터는 인간이 하는 일상적인 행위를 수행하기 매우 어렵지만, 수학적 계산, 논리 분석은 순식간에 해낼 수 있죠. 모라벡 교수는 자신의 역설이 진화에 기반한다고 말합니다. 수 억 년 걸쳐 일어난 진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추상적 사고, 감각적인 일들을 짧은 시간 동안 개발된 로봇의 능력이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죠.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차이는 많이 극복되고 있지만 저는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로봇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 합니다. ‘야알봇’ 역시 사람 기자와 로봇이 상생하는 모습을 꿈꾸며 개발했어요. 기사 초안을 작성하거나 자료를 찾아주는 것은 로봇이 할 수 있지만 휴민트를 통해 정보를 얻고 통찰력으로 이를 분석하는 능력은 사람의 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기사 로봇 ‘야알봇’의 KBO 야구 기사 생성 과정 



4.

코로나19 이후 컴퓨터와 공생은 어떤 모습일까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가 가장 놓치고 있는 부분은 ‘인간성’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다 보니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느껴지는 따뜻한 손길과 온기, 대면해 이뤄지는 공동체 속에서 발현되는 힘이 얼마나 큰지 잊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사실 HCI 쪽에서도 이를 극복할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습니다. 가령 할머니가 손녀와 멀리 떨어져서 대화할 때 쿠션을 안고 토닥토닥 두드리면 그 손길이 손녀에게도 전달되는 기술이죠. 코로나19 이후에는 컴퓨터의 편의성과 효율성에 대한 연구를 넘어 인간적인 감성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전달할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5.

HCI는 컴퓨터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융합학문’으로 일컬어집니다.

학문의 진정한 융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인간의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학문입니다. 고대 철학자들은 동시에 수학자나 과학자이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저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융합’이라는 단어가 올바르게 통용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할 때가 많아요. 융합의 사전적 정의는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을 녹여 하나로 합하는 것’을 뜻하거든요. 그러나 학문의 진정한 융합은 각각의 규율(Discipline), 전공 영역의 방법론을 살려 결합할 때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해외에서도 학문 간 융합을 ‘Interdiscipline’, ‘학제적 연구’라고 표현합니다. 두 학문의 주제와 이론, 방법론, ‘Practice’로 일컬어지는 실습을 비롯한 관행들이 만나 교류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 간의 장벽을 허무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카데미들이 자신의 전공 영역을 독점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어요. 이를 걷어내고 다른 학문을 받아들이려는 자세와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6.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연구하고 계시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코로나19로 발발한 사회이슈 중 하나는 판별하기 어려운 ‘가짜뉴스’가 쏟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공과대학, 융합과학기술대학과 함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팩트 체크’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위키피디아를 바탕으로 팩트를 확인하는 아주 초보 단계이지만 성과들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코로나19 이후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습니다. 방역을 위해 나의 동선을 공개하는, 공공이익을 위해 자기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저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용자에게 어떤 수준의 정보가 제공되고 있고 사용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어떤 범위까지인지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를 담아낼 수 있는 인터페이스, 사용자와 컴퓨터 간 인터렉션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갖고 있습니다.




 


7.

혼란스러운 현재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익숙해지지 말자’. 많은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상황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줌으로 강의를 듣고, 타인과 만나지 않는 게 일상화되었는데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마스크를 벗고, 바이러스가 없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서 예전처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세상,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왔던 이전의 모습으로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